맥아서 비니언(1946년 미국 미시시피주 메이컨 출생, 현재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거주하며 작업)은 콜라주와 드로잉, 페인팅을 결합하여 사적인 문서와 사진의 표면에 격자무늬의 그리드(grid)를 중첩시키는 자전적 추상 작업을 한다. 그의 작품에는 작가 자신의 여권, 출생증명서, 주소록, 전화번호부, 유년 시절 그림과 흑인 린칭 사진 등이 등장하는데, 이는 오일 스틱으로 그린 그리드로 인해 은폐되고 추상화된다. 거시적 관점에서 비니언의 작업은 그리드나 연속적인 형태, 반복과 같은 요소를 작품의 전략적 장치로 활용한다는 점에서 미니멀리즘 및 개념주의의 특징과 맞닿아 있다. 그러나 다른 동시대 미술가들이 물성, 추상성 및 사회정치적 분위기에 대한 발언에 몰두한 반면 비니언은 개인의 역사와 회화 작업 과정 자체에 더 깊이 전념하며 결정적인 차별점을 갖는다. ‘의식 이면(underconscious)’으로 대변되는 사진 및 문서 위에 그리드 구조를 중첩시키는 고유한 실천 행위는 보는 이에게 이미지와 텍스트의 가시성을 허용하는 동시에 그 일부를 은폐한다.
비니언의 작품은 고유한 리듬을 제시한다. 그의 작업 전반에 걸쳐 반복과 연속성은 주요한 전략으로 활용된다. 한 폭의 회화 안에서 작가는 자신이 선별한 특정 사진이나 문서를 화폭 전체에 증식시켜 반복적인 그리드 혹은 기하학적 패턴을 이루도록 만든다. 또한 작가 특유의 연작 단위 작업을 통해 유사한 구도와 색채, 이미지와 문서를 거듭 소환한다. 비니언에게 있어 반복은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다. 의사소통의 어긋남을 직접 겪으며 고민해 온 경험을 가진 작가에게 연속성이란 미니멀리즘과 개념주의 미학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는 여기에 개인적 경험을 결부시키며 반복이라는 장치가 가진 정동적 가능성을 제안한다.
작가의 작업은 미국 남부 지역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스스로를 ‘시골의 모더니스트’라고 칭한 그는 미시시피주 목화 농장에서 유년기를 보내며 일찍이 육체노동의 현장을 경험했다. 작가는 이러한 경험이 이후 자신의 예술 양식을 발전시키는 토대가 되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비니언의 작업 과정 또한 농업에 동원되는 노동과 다를 바 없이 노동 집약적이며 물리적인 힘을 필요로 한다. 그는 두껍고 뚜렷한 흔적을 남기기 위해 오일 스틱을 쥔 손에 상당한 압력을 가해 그림의 표면을 눌러 내린다. 이처럼 상당한 힘을 요하는 화법으로 인해 작가는 초기 작업을 할 때부터 양손잡이가 되어야만 했다. 한 손으로 작업하는 동안 다른 손을 쉬게 하고 이를 되풀이하는 의식적인 수련의 결과, 작품은 작가의 손과 신체의 흔적이 엿보이는 역동적인 화면으로 나타난다. 비니언에게 기하학적 구조는 개인의 역사뿐 아니라 노동이라 일컬어지는 작가의 물리적·정신적 예술 행위를 증언하는 암시적인 정체성의 표현으로 작용한다.
비니언은 1971 년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의 웨인주립대학교에서 학사, 1973 년 블룸필드 힐스의 크랜부룩 예술대학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작가의 주요 개인전은 리만머핀 뉴욕(2021), 리만머핀 홍콩 및 서울(2019)을 비롯하여 이탈리아 피렌체의 노베첸토 미술관(2020), 영국 런던 마시모 드 카를로(2019), 미국 미시간주 블룸필드 힐스의 크랜브룩 미술관(2018), 뉴욕의 갤러리 르롱앤코(2017), 일리노이주 시카고의 캐비 굽타(2014), 텍사스주 휴스턴 현대미술관(2012), 메릴랜드주 아델피의 메릴랜드 대학교 갤러리(2010) 등에서 개최되었다.
그의 작품은 다수의 그룹전에도 소개되었으며 대표 전시로는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현대미술관의 《Fire Figure Fantasy: Selections from ICA Miami’s Collection》(2022)과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아프리칸 디아스포라 박물관에서 시작하여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의 깁스 미술관, 미시간주 캘러머주 미술관, 매사추세츠주 노샘프턴 스미스 칼리지 미술관, 워싱턴주 시애틀의 프라이 미술관,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의 유타 미술관으로 순회환 《Black Refractions: Highlights from The Studio Museum in Harlem》(2019-20),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현대미술관의 《Beyond Infinity: Contemporary Art After Kusama》(2019), 시카고대학교 스마트 미술관의 《Expanding Narratives: The Figure and the Ground》(2018), 텍사스주 샌안토니오 맥네이 미술관의 《Something to Say: The McNay Presents 100 Years of African American Art》(2018), 미시간주 잭슨 소재 미시시피 미술관의 《Picturing Mississippi, 1817-2017: Land of Plenty, Pain, and Promise》(2017),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현대미술관의 《Dimensions of Black: a Collaboration with the San Diego African American Museum of Fine Art》(2017),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 미술관의 《New at NOMA: Recent Acquisitions in Modern and Contemporary Art》(2017), 워싱턴 D.C. 국립 아프리카계 미국인 역사문화박물관의 《Through the African American Lens》(2017), 뉴욕 할렘 스튜디오 미술관의 《Circa 1970》(2016), 뉴올리언스 미술관의 《Prospect.3: Notes for Now》(2014), 할렘 스튜디오 미술관의 《When the Stars Begin to Fall: Imagination in the American South》(2014), 휴스턴 현대미술관의 《Black in the Abstract》(2013) 등이 있다. 또한 작가는 2017 년 제 57 회 베니스비엔날레의 《VIVA ARTE VIVA》 전을 통해 주목 받은 바 있다.
작가의 작품은 다수의 공공 및 사립 기관에 소장되어 있다. 대표 소장처로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 뉴욕 휘트니 미술관, 할렘 스튜디오 미술관, 워싱턴 D.C.의 필립스 컬렉션, 스미소니언 국립 아프리카계 미국인 역사문화박물관, 보스턴 현대미술관, 뉴올리언스 미술관, 샌안토니오 맥네이 미술관, 캘리포니아주 산타페의 스트라우스 가족 컬렉션,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 미시간주 플린트의 모트 워시 컬렉션, 디트로이트 미술관, 미시간 어린이병원, 미시시피 미술관, 웨인주립대학교, 크랜브룩 미술관, 시카고의 에리얼 뮤추얼 펀드, 시카고 드폴 미술관, 시카고 쿡 카운티 병원, 콜로라도주 덴버 미술관, 미주리주 캔자스시티 켐퍼 미술관, 오하이오주 톨레도 미술관, 오하이오주 오벌린 대학교 앨런 기념 미술관, 아칸소주 벤턴빌의 크리스털 브리지 미술관, 벤턴빌 아트브리지 재단, 조지아주 애틀란타의 모어하우스 칼리지, 매사추세츠주 앤도버의 에디슨 미국미술 갤러리, 플로리다주 윈터 파크의 코넬 미술관과 롤린스 대학교 알폰드 현대미술 컬렉션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