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만머핀 서울은 게스트 큐레이터 엄태근의 기획으로 한국과 미국에서 활동하는 한국·한국계 작가 4인의 그룹전 《원더랜드 Wonderland》를 개최한다. 전시에는 유귀미, 현남, 켄건민, 임미애가 참여한다. 루이스 캐럴(Lewis Carroll)의 소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Alice in Wonderland』에 착안한 이번 전시는 다양한 연령, 성별, 지역에서 고유의 방식으로 동시대적 가상 풍경을 직조해 온 작가들의 신작을 한데 모아 선보인다. 이를 통해 각 작가가 공유하는 이상 세계의 모습을 종합적으로 조망하고자 한다.
전시에 소개되는 회화와 조각은 찬란하고 비현실적인 풍광이 펼쳐지는 '원더랜드'처럼 원색으로 물든 미래지향적 이상 공간을 시각화한다. 동시에 다수의 작품은 희미하지만 잊고 싶지 않은 과거에 주목하는 내러티브를 내포하며 관객으로 하여금 향수 어린 기억과 마주하게 한다. 시공을 가로지르며 다양한 서사를 아우르는 전시 《원더랜드》는 신비로우면서도 친숙한 감정을 모두 이끌어낸다.
유귀미는 과거 기억 속 일상 공간을 그린다. 한국을 떠나 영국 런던에서 유학을 마친 후 미국 동부와 서부에서 거주한 작가는 이민자이자 여성, 한 아이의 어머니로서 경험한 고립과 단절을 그림으로 승화시켰다. 그는 추억이 담긴 공간을 주요 소재 삼아 화면에 옮기는데, 이는 초현실주의 작가와 아들의 그림책에서 영감을 얻은 특유의 부드럽고 몽환적인 색감을 통해 꿈 같은 풍경으로 변환된다. 작품에 등장하는 얼굴이 가려진 인물은 신비로운 공간의 안내자 역할을 하며, 개인적 의미를 초월하는 보편적 공간으로서 공감대를 형성한다.
현남은 조각을 통해 동시대 도시 풍경과 가상 공간에 대한 예리한 통찰력을 제시한다. 그의 예술적 실천을 관통하는 방법론은 광대한 자연경을 하나의 사물로써 구현하는 축경(縮景)으로 대표된다. 작가에게 있어 현대의 축경은 폴리스티렌, 에폭시, 시멘트 등의 산업 재료를 통해 조성된다. 대표적으로 작가가 ‘채굴’이라 일컫는 작업 방식은 폴리스티렌 덩어리에 ‘굴’을 파고, 구멍에 다른 재료를 넣어 굳힌 뒤, 열을 가해 폴리스티렌을 제거하는 일련의 네거티브 캐스팅 과정을 거친다. 재료의 화학 반응으로 형성된 결과물은 거친 표면과 선명한 색상, 수직성이 강조된 비정형의 조각으로, 종말론적 미래의 도시 풍경과 폐허를 은유한다.
켄건민은 강렬하고 생동감 넘치는 회화로 비애와 환희, 그리움을 시적으로 풀어낸다. 서울에서 태어나 샌프란시스코, 취리히, 베를린, 로스앤젤레스에서 작업 활동을 이어온 작가는 이민자로서의 경험과 다문화적 관점을 자양분 삼아 수면 아래 간과되고 소외된 주제에 천착해 왔다. 그는 상대적으로 주목하지 않은 역사적 내러티브를 성경 및 고대 신화 이미지와 결합하고, 유화를 한국 전통 안료 및 자수와 섞어 교차 문화적 풍경을 화면 위에 직조한다. 이번 전시작에서 작가는 1980년대 후반 경험한 개인의 유년기 경험을 다루면서도 이를 문화적으로 규정되지 않은 환상적 이미지로 풀어내며 인종, 젠더, 섹슈얼리티 같은 범세계적 쟁점으로 연결시킨다.
임미애의 회화적 본질은 유동(流動), 즉 구상과 추상의 경계에서 발생하는 끊임없는 충돌과 규정 불가한 움직임에 있다. 화면에서 다채롭게 움직이는 중층적이고 파편화된 형상은 의인화된 생명체나 증식하는 유기체 돌연변이를 연상시키는 한편 작가의 유년기 기억과 환상을 형상화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임미애에게 있어 회화는 감정적, 공간적 기억을 발견하고 그것에 형태를 부여하는 행위와 같다. 파편화된 움직임은 십대에 한국에서 하와이로 이민한 뒤 지속적으로 거처를 옮겼던 작가의 디아스포라적 경험에서 기인한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작품은 팬데믹 기간 동안 구상과 추상의 결합을 시도한 작가의 신작들로, 감미로움과 그 안에 내재한 공포감을 나란히 병치시켜 공간에 대한 상상력을 자극한다.
《원더랜드》는 독특한 시각 언어로 동시대성을 이야기하는 작품들 간에 발생하는 비언어적 충돌에 주목한다. 전시는 과거 한국을 떠나 해외로 이주한 작가들의 디아스포라적 경험을 포괄하며 한국이라는 지역적 경계를 넘어 보다 보편적인 담론을 형성한다. 전시 전반에 걸쳐 작품들은 구상과 추상이라는 시각 언어의 경계를 탐구하고, 새로운 재료를 실험하며, 기존에 확립된 전통 예술 프레임에 질문을 던진다. 그럼으로써 그 물질적, 개념적 충돌이 선사하는 유토피아적 혹은 디스토피아적인 가능성을 모색한다.
작가 소개
유귀미(Guimi You, 1985년 서울 출생, 현재 서울에서 거주 및 작업)는 2008년과 2011년 서울대학교에서 학사, 석사 학위를 받고, 2014년 영국 런던 왕립예술대학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작가의 주요 개인전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메이크 룸(2023, 2021), 뉴욕 모냐 로우 갤러리(2020, 2018) 등에서 개최되었다. 그의 작품은 다수의 그룹전에도 소개되었는데, 대표 전시로는 호주 멜버른 NGV 트리엔날레(2023), 미국 오하이오주 콜럼버스 미술관의 《PRESENT ’23: Building the Scantland Collection of the Columbus Museum of Art》(2023), 중국 베이징 X 뮤지엄의 《X PINK 101》(2023), 이탈리아 밀라노 칼 코스티알의 《Through a Glass, Darkly》(2022),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현대미술관의 《Fire Figure Fantasy》(2022) 등이 있다. 현재 작가의 작품은 전 세계 유수의 공공 및 사립 기관에 소장되어 있다. 대표적인 기관으로는 멜버른 빅토리아 국립미술관, 런던 더 페리미터, 중국 상하이 유즈 미술관, 마이애미 현대미술관, 콜럼버스 미술관, 로스앤젤레스 해머 미술관, 샌디에이고 현대미술관, 상하이 폰드 소사이어티 등이 있다.
현남(Hyun Nahm, 1990년 고양 출생, 현재 고양에서 거주 및 작업)은 2016년 홍익대학교에서 학사 학위를, 2022년 서울과학기술대학교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그의 주요 개인전은 서울 아뜰리에 에르메스(2021), 인스턴트루프(2021), 공간 형 + 쉬프트(2020) 등에서 개최된 바 있다. 작가가 참여한 대표적인 그룹전으로는 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의 《공중정원》(2023), 아트선재센터의 《오프사이트》(2023), 수치의 《Waiting room》(2022), 2022 부산비엔날레 《물결 위 우리》(2022), 리움미술관의 《구름산책자》(2022), P21과 휘슬이 공동 주최한 《투투》(2022), YPC Space의 《Opening Ceremony》(2022), 갤러리 기체의 《You Never Saw It》(2021), 도록의 《기하적 유기학》(2020),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미술관의 《얼굴들》(2019), 시청각의 《희지스 하우스》(2018), 아카이브 봄의 《Looped Layers, B1-F3》(2017), 스페이스 윌링앤딜링의 《Short story long – 장마》(2015), 신도시, 다소유의 《핑크비지니스: 초이스》(2015) 등이 있다.
켄건민(Ken Gun Min, 1976년 서울 출생, 현재 로스앤젤레스에서 거주 및 작업)은 2000년 홍익대학교에서 학사, 2006년 샌프란시스코 아카데미 오브 아트 유니버시티(AAU)에서 석사를 마쳤다. 작가는 한국과 미국 소재 다수의 기관에서 개인전을 가졌으며, 2024년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 현대미술관에서 개인전이 예정되어 있다. 주요 전시 기관으로는 로스앤젤레스의 슐라미트 나자리안(2023, 2022), 덴버K 컨템포러리(2022, 2020), 개포 프로젝트 스페이스(2018), 로스앤젤레스 웨스트모어랜드 프로젝트(2017) 등이 있다. 그의 작품은 다수의 그룹전에도 소개되었다. 대표 전시로는 뉴욕 알베르츠 벤다의 《People of the Otherworld: Ken Kiff in Dialogue》(2023), 뉴욕 1969 갤러리의 《Who is your master》(2023), 로스앤젤레스 공예 현대박물관의 《Strings of Desire》(2023), 유타 현대미술관의 《i know you are, but what am i? (De)Framing Identity and the Body》(2022), 로스앤젤레스 프라즈 들라발라드의 《Storm Before the Calm》(2022), 캘리포니아주 토런스 미술관의 《Sparkle In, Fade Out》(2020), 뉴욕주 이스트 햄프턴 소재 하퍼스 갤러리의 《36 Paintings》(2020), 로스앤젤레스 카스텔리 아트 스페이스의 《In This Together: Embracing Diversity at Castelli Art Space》(2018) 등이 있다.
임미애(Mie Yim, 1963년 서울 출생, 현재 뉴욕에서 거주 및 작업)는 1986년 미국 펜실베이나주 필라델피아 컬리지 오브 아트에서 학사 학위를 받았다. 그의 주요 개인전은 뉴욕 페이스 대학교 아트 갤러리(2023), 뉴욕 시몬 수발 갤러리(2023), 중국 항저우 인나 아트 스페이스(2023), 뉴욕 올림피아 갤러리(2023, 2021), 앨라배마주 버밍햄 소재 스콧 밀러 프로젝트(2022), 버몬트주 브래틀보로 미술관(2022), 멕시코 시티 갤러리아 마스코타(2022), 스페인 산 세바스티안의 빌라 막달레나(2021),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마르시아 우드 갤러리(2020), 뉴욕 더스트 재단(2019), 뉴욕 브루클린의 그라운드 플로어 갤러리(2018), 뉴욕 마이클 스타인버그 파인 아트(2009), 리만머핀 뉴욕(2004), 이탈리아 토리노 아르코 갤러리(2004) 등에서 개최되었다. 작가의 최근 그룹전으로는 런던 유닛 런던의 《Dreamscape Estuary》(2023), 중국 베이징 하이브 현대미술센터의 《Polyreality》(2023), 샌프란시스코 제시카 실버맨 갤러리의 《Cathartic Creatures》(2023), 뉴욕 헤일즈 갤러리의 《Deep! Down! Inside!》(2023), 브루클린 플랫폼 프로젝트 스페이스의 《philosophicalinvestigations》(2023), 뉴욕 캐나다 갤러리의 《Notions》(2022), 런던 사무엘 비센틴의 《Danse Macabre》(2022), 마르시아 우드 갤러리의 《Preternatural》(2022), 뉴욕 패트릭 패리시 갤러리의 《Visual Unpredictability》(2021), 올림피아 갤러리의 《Dodecagon》(2021) 등이 있다. 또한 작가는2023년 뉴욕 샤프-왈렌타스 스튜디오 레지던시와 2020년 폴록 크라스너 재단 지원금 등 여러 상과 펠로우십을 수상하였다.
큐레이터 소개
엄태근은 뉴욕과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큐레이터이자 평론가, 아트 에이전시 크리에이티브 리소스(Creative Resource)의 설립자이다.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학사, 뉴욕 크리스티 에듀케이션에서 석사를 마친 그는 지난 3년간 서울경제에 「뉴요커의 아트레터」 칼럼을 기고해 왔다. 더 프리뷰 성수, 화랑미술제, 대구국제아트페어(Diaf) 등의 아트 페어와 협업했으며, 2021년부터 키아프(Kiaf)의 미디어 콘텐츠 파트너로 활동 중이다.
Media Inquiries
Adriana Elgarresta, Global Director of Public Relations
adriana@lehmannmaupin.com
Alejandro Jassan, Associate Director of Press Relations
alejandro@lehmannmaup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