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만머핀 뉴욕은 성능경의 첫 해외 개인전 《길 아닌 길 위에서: 성능경의 예술 행각》을 개최한다. 본 전시는 《한국의 실험미술 1960-1970년대》 뒤를 잇는 전시로 한국의 실험미술을 조망하는 기념비적인 회고전의 후속 전시이다. 또한, 2023년 서울 국립현대미술관, 2024년 뉴욕의 솔로몬 R. 구겐하임 미술관, 로스앤젤레스의 해머 뮤지엄을 순회하며 동일한 전시가 개최된 바 있다. 《길 아닌 길 위에서: 성능경의 예술 행각》은 1970년대부터 현재까지의 작품으로 구성된 작가의 수십 년에 걸친 예술적 궤적을 회고하는 전시이며, 한국 실험미술의 선구적인 인물로 인정받는 성능경은 사회정치적 현상에 대한 반응으로 퍼포먼스, 사진, 아카이빙 등 다양한 매체를 탐구하여 지식과 권력의 구성을 고찰하고 탐구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10월 24일 목요일 오후 5시 리만머핀 뉴욕 갤러리 공간에서 <시축문(始祝文) 부채질>과 <드로잉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오프닝 리셉션이 이어진다.
1970년대와 1980년대의 대표적인 예술 집단 ‘Space & Time(S.T.)'의 핵심 멤버였던 성능경의 예술적 실천은 개념미술과 한국 민주주의의 정치적 혼란을 바탕으로 형성되었다. 그의 작품에는 일상적인 사물이 자주 등장하며, 자신의 신체를 통해 대중의 참여를 유도하고 평범한 것을 도발적으로 변형하는 등 기존 형식을 해체하는 방식을 자주 보여준다. 이러한 그의 작업은 과정 지향적이며, 비물질적인 퍼포먼스와 그에 대한 사진 기록을 결합하여 일시적인 순간들을 포착하는 데 중점을 둔다.
이번 전시는 성능경의 주요 작품들을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다. 1970년대 한국에서 최초로 사진을 수용한 작가 중 한 명으로, 신문 작업을 통해 매체에 대한 그의 관심이 시작되었고, 기사의 텍스트를 오려내고 광고와 이미지만 남기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전시장에서 인쇄용 필름으로 선보여지는 <신문 읽기>에서는 신문에서 헤드라인을 오려내어 그 골격만 남기는 행위를 통해 의미가 고정된 정의가 아니라 대중의 사용과 표현에 의해 형성된다는 것을 드러낸다.
1979년에 시작된 <현장> 연작은 언어와 권력 사이의 역학 관계에 대한 작가의 오랜 관심을 보여준다. 작가는 점선, 화살표, 원, 삼각형과 같은 그래픽 기호가 포함된 보도 사진을 클로즈업한 후 그 표면에 잉크로 기호를 추가하여 배열한다. 이를 통해 미디어 검열을 비판하고 지식 생산과 정보 공유의 대안적 방식을 제안한다. 본 전시에서 선보이는 <현장 2>(1980)에서 작가는 택시 요금 미터기를 가리키는 화살표가 있는 택시 기사의 언론 이미지를 촬영했는데, 이는 택시 미터기 교체와 요금 변동에 대한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정부 정책을 언급하기 위해 선택한 것이다. 18장의 필름 네거티브 사진에 화살표를 그려 넣어 원래의 신문 편집자가 강조한 위치와 다른 위치로 시선을 유도하여 원본 이미지가 의도한 메시지를 방해한다. 이러한 변형 행위를 통해 작가는 편집자의 권위와 신문의 내러티브에 내재된 정치적 함의에 도전하며, 대중적 담론을 형성하는 것과 동일한 도구를 사용하여 이를 전복하고 해체한다.
이후 2003년부터 시작한 <그날그날 영어> 연작은 작가가 집 앞에 배달된 신문을 이용해 일상적인 사물을 변형한 작품이다. 여기서 작가는 일간지의 '영어 리뷰' 페이지에 꼼꼼하게 주석을 달아 자신의 영어 공부를 예술 작품에 접목시켰으며, 이 시리즈를 시작한 이래 매년 약 200여 점의 콜라주 드로잉을 제작했다. 이 작업은 작업에 대한 전통적인 정의와 예술가의 역할에 도전하는 동시에 그의 작품에서 수십년간 지속되어 온 신문 읽기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더 나아가, 작가에게 <그날그날 영어>는 예술, 삶, 학문의 교차점을 구현하며, 이것이 그가 스스로 '성스러운 삼위일체'로 여기는 것을 나타낸다.
전시장의 중심에 위치한 <아메리카 대륙 전도>(2024)는 시점의 전환을 통해 지리와 문화적 서사에 대한 이해에 도전함으로써 전통적인 지도 제작법을 재해석 한다. 위도와 경도 격자를 기준으로 아메리카 대륙의 지도를 각각 19 x 15cm 크기의 직사각형 섹션으로 나누어 약 300장의 조각들을 무작위로 재배열하여 지도의 레이아웃을 흐트러뜨려 결국 '읽을 수 없는' 상태로 만든다. 이러한 혼란을 통해 작가는 지리학이 대중의 인식을 어떻게 잘못 구성해왔는지를 드러내고 세계의 허구성을 강조하여 지도 제작의 정치성에 주목한다.
이처럼 지식, 권력, 신체 표현, 일상의 재해석이라는 주제를 탐구하며 하이브리드 퍼포먼스 장르를 크게 발전시킨 작가는 광범위한 작품 활동으로 경력을 쌓아 왔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1998년 서울 금호미술관에서 열린 그의 퍼포먼스 <마비게월>의 기록이 선보여진다. <마비게월>은 작가가 지프차를 타고 마구령으로 떠난 여행, 당시 합법적 유통 이후 논란이 된 비아그라 사건, 당시 게릴라성 폭우로 불린 여름철 집중호우, 1998년 월드컵에서 한국 축구 대표팀의 충격적인 패배 등 그해 작가가 겪은 일련의 주목할 만한 사건들의 약자다. 오프닝 리셉션에서 선보일 그의 최근 퍼포먼스 <시축문(始祝文) 부채질>에서 작가는 부채에 기도문을 새기고 불을 붙이는 것으로 시작하여 새해 소망을 기원하는 전통적 의식을 떠올리게 한다. 그리고 그는 관객들에게 불길을 부드럽게 부채질하며 그만의 독특한 '부채 축복'에 동참하도록 초대한다.
성능경은 일상과 퍼포먼스에 대한 탐구와 함께 사진에 대한 전통적 관념에 도전한다. <착란의 그림자: 부엌>(2001)은 그가 침실, 주방, 거실 등 집안의 일상적인 공간을 촬영한 대표적인 연작 중 한 점이다. 시바크롬 프린트를 사용하여 카메라를 벌브 셔터로 고정하고 피사체 앞에서 수시로 이동하며 스트로브 라이트를 200 번 이상 터트려 이미지에 독특한 그림자를 만들어낸 이 기법은 피사체와 사진가 사이의 상호 작용을 강조하여 촬영자의 행동이 작품의 퍼포먼스 측면에 어떻게 기여하는지를 보여준다. 또한, 작가는 이 작품에서 색채를 실험하며 개념 미술에 집중했던 이전 작업과 달리 회화와의 재결합을 암시하는 행위로서 채색을 시도한 흔적이 보인다.
《길 아닌 길 위에서: 성능경의 예술 행각》은 성능경의 수년간 이어져온 그의 예술적 실천에서 중요한 순간을 보여주는 전시로, 예술과 정치, 일상 사이의 연관성을 비판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본 전시를 통해 관객들은 일상적인 소재를 사용하는 것부터 퍼포먼스까지 작가의 창의적인 기법에 몰입할 수 있다. 또한, 그는 전통적인 내러티브에 의문을 제기하고 대중의 참여를 격려한다. 그리고 미디어와 언어 사이의 관계를 재고하도록 유도하며 사회에서 예술가의 역할을 질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