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만머핀은 산정 서세옥(b.1929)이 갤러리의 소속 작가가 되었음을 알리며, 그의 첫번째 뉴욕 개인전을 9월 8일부터 10월 27일까지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올해 90세를 맞이한 작가가 1960년대부터 2000년대 사이에 제작한 수묵연작 <사람들>시리즈를 중심으로 소개한다. 대형 한지에 커다란 붓으로 완성한 이 작품들은 다양한 비율, 두께, 농담(濃淡)을 가진 일획과 선을 이용하여 고도로 양식화된 인간을 표현한다. 그의 작품은 거침없이 그려진 듯 보이지만 이는 길고 긴 명상 후에 나온 결과물이며, 그렇게 완성된 작품은 조용하면서도 시각화된 한 편의 시(詩)처럼 자꾸만 그것을 들여다보게 하는 힘이 있다. 오프닝 리셉션은 9월 8일 토요일 오후 6시부터 8시까지 뉴욕시 웨스트 22번가 갤러리에서 열릴 예정이다.
전통적인 기법으로서 수묵화는 오랜 세월 특정적인 관습들에 의해 특징지어져 왔다. 하지만 1950년대 초반부터 서세옥은 사대부 지식인들의 여가 및 수행의 일환으로 서예와 시에서 유래한 ‘문인화(文人畫)’의 요소를 바꿔나가기 시작했다. 이러한 접근을 통해 작가는 당대의 모더니스트들이 ‘새로움’에 경도되었던 것과는 달리 역사적인 선례들을 확장하고 그것을 포용한 채 새롭고 혁신적이며 추상적인 시각 언어를 개발하였다. 서세옥이 매체에 접근한 초기 방식은 가히 파격적이었지만 동시에 대단히 세심하고 지적인 면도 두드러졌다. 1959년, 그는 자신과 뜻을 함께하는 제자들과 ‘수묵 숲 단체’라는 의미의 그룹 ‘묵림회(墨林會)’를 결성하고, 문인화에 뿌리를 둔 실험적인 수묵 회화의 독특한 스타일을 모색하였다.
서세옥을 비롯한 ‘묵림회’의 동인들은 색, 디테일, 공간의 원근감을 모두 제거하여 급진적으로 회화의 기본요소를 제한함으로써 작품 해석의 범주를 더 넓게 열어두었다. 그의 회화는 구상과 추상을 넘나든다. 작가는 특히 인간의 형상이 분명하게 드러나는 <사람들> 연작은 보통 눈에 보이지 않는 고통과 행복이 담긴 “삶이라는 무대의 그림자”를 암시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전통적인 학자 집안 출신의 박식한 문인화가로 성장한 서세옥은 철학자, 시인, 서예가, 전각가(篆刻家)이기도 한데, 작품 이미지에서 발견되는 한국적 기호와의 유사성이 이러한 수련에서 비롯된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또한 단호해 보이는 그의 작업에서 때론 정치적인 요소마저 찾을 수 있다. 이는 서세옥과 묵림회 작가들이 일제강점기를 살았던만큼 당시의 지배적인 전통 일본화에 대한 명백한 도전으로서 대립적인 시각을 가질 수밖에 없었던 것에서 기인한다.
서세옥의 기법과 매체는 표면상 단순해 보이지만, 작가는 먹에 내재한 특질을 자신의 손으로 끌어내 놀랍도록 다양한 흔적들을 만들어낸다. 1960년대의 작업들은 주로 흘림과 확산이라는 먹의 성향을 활용했지만, 이후 10년 동안은 계획과 통제, 그리고 여백의 잠재적 가능성을 탐구하는 것에 매진했다. “나는 사물 너머의 무한한 공간을 발견하고, 그 형태를 그린다”고 작가는 말한다. “무엇이 존재하고, 존재하지 않는지는 모두 끊임없는 순환 속에 있다” 고도 덧붙인다. 이렇듯 그는 목계(牧谿), 팔대산인(八大山人) 등의 선종화(禪宗畵) 화가들과도 감성을 공유한다고도 볼 수 있다.
서세옥이 현재까지 진행하고 있는 <사람들> 연작의 기원이기도 한 1960년대는 그가 추상적인 기호 제작과 더불어 사회적 상호연결성에 관한 패턴과 모티브에 매료된 때이기도 하다. 다루는 주제와 감정의 범위에 있어서 이 회화들은 인간성과 세계에 관한 관점을 그것이 무엇이든지 넘어설 필요가 있다고 제안하며, 우리의 몸도 결국 이 우주의 일부임을 인정하게 한다. 서세옥의 그림 속에서 양식화된 인간은 특정한 나이, 인종, 성별로 구분지을 수 없으며, 시간과 문화를 초월한다. 그들의 위치나 몸짓은 단 하나의 이미지 내에서도 열린 해석을 가능하게 하는데, 일례로 작가가 가장 좋아했던 주제인 ‘군무’를 보면, 시위하는 군중이 보일 수도, 그 단순화된 표현으로 인해 바다의 파도, 벽을 이루는 벽돌들이 보일 수도 있다. 이번 전시의 출품작들이 증명하듯, 서세옥의 예술적 총체는 진정으로 시대를 초월한 것이며, 그의 성취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작가 소개
서세옥(1929년 대구 출생, 서울에서 거주하며 작업)은 1950년 서울대학교 동양화과를 졸업하였다. 그의 주요 개인전은 국립현대미술관(2015, 2005), 텍사스 휴스턴 미술관(2008), 도쿄 메종 에르메스(2007)에서 개최된 바 있다. 또한 작가는 다양한 기관과 비엔날레를 통하여 작품을 선보였는데, 대표적인 그룹전으로는 서울대학교 미술관의 <한국미술 아카이브:동양화>(2015), 삼성 미술관 리움의 <교감>(2014),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의 <대한민국 예술원 개원 60년: 어제와 오늘>(2014), 경기도미술관의 <친절한 현대미술II– 추상은 살아있다>(2013), 2008 부산 비엔날레 특별전 <미술은 살아있다>(2008), 제7회 상파울로 비엔날레(1963) 등이 있다. 작가의 작품은 세계 곳곳의 공공 및 사립기관에 소장되어 있는데, 뉴저지 베르겐카운티의 베르겐 예술 과학 박물관, 영국 런던 대영 박물관, 일본 후쿠오카 미술관, 텍사스 휴스턴 미술관, 서울 국립현대미술관, 로드아일랜드 프로비던스 로드아일랜드디자인대학교 미술관, 서울 삼성미술관 리움, 경주 우양미술관 (舊 선재미술관)등이 대표적인 작품 소장처이다.
또한 서세옥은 은관문화훈장(2012), 제 52회 대한민국 예술원상(2007), 제 13회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예술 문화상 대상(1999), 제2회 일민예술상(1997), 로드아일랜드디자인대학교 명예 미술학 박사(1988)와 제1회 대한민국 미술 전람회 국무총리상(1949) 을 수상한 바 있다.
리만머핀 (Lehmann Maupin) 소개
라쉘 리만(Rachel Lehmann)과 데이비드 머핀(David Maupin)이 1996년 설립한 리만머핀은 미국 외에도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와 중동의 다양한 작가와 작가 에스테이트를 대표하며, 수많은 작가들의 뉴욕 첫 전시회를 개최하여 적극적으로 그들을 소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획기적이고 도전적인 형태의 시각 예술언어를 발전시키는 작가군으로 구성된 리만머핀은 작가에 대한 깊이있는 조사와 개인의 서사를 우선시하는 프로그램을 기획한다. 뿐만 아니라, 성별, 계급, 종교, 역사, 정치 및 글로벌리즘을 포함하여 오늘날의 국제 문화를 형성하는 핵심적인 문제를 다루는 작가들의 독특한 개념적 접근에 중요한 가치를 둔다. 한편 리만머핀은 뉴욕에 위치한 두 개의 갤러리 공간과 함께 전세계 다양한 작가들의 커다란 관심과 성원에 힘입어 새로운 시장에 대한 역동적인 기회를 통해 2013년 홍콩에 문을 열었고, 이어 2017년 서울에도 공간을 오픈하였다. 갤러리와 작가에 대한 더 많은 정보는 갤러리 웹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www.lehmannmaupin.com
현재 & 예정전시
니콜라스 슬로보(Nicolas Hlobo)개인전 <Ulwamkelo>, 2018 년 7 월12 일— 8 월24일, 뉴욕주 뉴욕시 웨스트22 번가
그룹전 <Gridology>, 2018년 8월 24일 까지 , 홍콩 페더 빌딩
나리워드(Nari Ward), <CORRECTIONAL>, 2018 년 8 월 28 일— 10월 20 일, 서울 종로구 율곡로 3길 74-18
라이자 루(Liza Lou) 개인전, <Classification and Nomenclature of Cloud>, 2018 년 9 월 6 일 – 10 월 27 일, 뉴욕주 뉴욕시 웨스트 24 번가
더 많은 정보나 리만머핀 작가에 대한 문의는 Kathryn McKinney at +1 212.255.2923 혹은 리만머핀 서울 02.725.0094 로 연락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