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만머핀은 나리 워드(Nari Ward)의 신작과 근작을 선보이는 《CORRECTIONAL》展을 서울에서 개최한다. 본 전시는 리만머핀 서울의 공식적인 첫 전시이자,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나리 워드의 한국 최초 개인전으로, 조각, 회화, 드로잉 작품을 전시 할 예정이다. 개인의 정체성과 역사적 맥락에 정치적 개념을 결합하는 작업 방식으로 알려진 작가는 ‘형벌’ 또는 ‘이타심’이라는 두 가지 상반되는 의미를 가진 단어 '교정(Correctional)'을 전시 제목으로 하였다. 워드는 이 단어로부터 파생되는 다양한 의미와 연관성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제시하며, 진실과 형벌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고, 교정에 대한 진정한 이해를 돕고자 한다. 오프닝 리셉션은 리만머핀 서울에서 8월 28일 화요일, 오후 5시부터 7시까지로 예정되어 있다.
작업 초기 작가는 그가 살던 할렘 지역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소방호스나 유모차 같은 사물을 수집하여 이를 작품에 재사용함으로써 넓은 의미의 은유적 해석과 사회적 비평을 이끌어 내었고, 1990년대 현대미술을 보다 정치적 색이 짙은 방향으로 발전시킨 당대 작가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자메이카에서 자라 청소년기에 미국으로 이주한 워드의 개인적 경험은 관광산업, 국수주의, 소비문화와 같은 다양성에 대한 고찰을 인종, 종교, 계급, 정체성에 대한 관심으로 확장시켰으며, 그는 다문화적 관점을 작품에 구체화시켜 관람자가 개인적인 경험이나 문화적 유산에 따라 다양한 해석을 내놓을 수 있도록 의미를 열어둠으로써 사회정치적 주제에 대한 관람자의 미묘한 이해를 유도한다.
전시 제목의 이분법적 성향이 잘 드러나는 본 전시의 출품작 <Correctional Circle 0128>(2018)은 작가가 꾸준히 발표하는 <Breathing Panel> 연작 중 하나로, 구리 패널의 추상적인 표면에 나타나는 형식의 아름다움과 그 이면의 개념적 층위를 동시에 발견할 수 있는 작품이다. 최근의 작업에서 작가는 금속에서 화학적 반응을 일으키는 푸른 녹의 성질을 이용하여 족쇄, 수갑, 그리고 발자국의 희미한 윤곽을 작품 표면에 나타냈다. 이 자국들이 암시하는 얽매임과 도피의 흔적은 모든<Breathing Panel>의 중앙에 표시된 무늬와 깊은 연관성이 있다. 작품 중심부에 구리못으로 둘러싸인 다이아몬드 형태의 구멍들은 콩고의 우주론을 패턴화한 것으로, 아프리카의 기도문을 상징한다. 본래 아프리카에서 수명주기를 표현하고, 형이상학적 요소를 전달하는데에 사용되던 이 기호를 작가는 교회에서 처음으로 접하였는데, 이는 탈출 중 교회에 숨어지내야 했던 노예들이 호흡할 수 있도록 고안된 숨구멍이며, 이 연작의 주요 개념이기도 하다.
작가가 폭력적인 미국 역사의 한 부분과 해방을 부서진 사슬과 앞으로 한 걸음 내딛는 발자국으로 표현한 것은 마틴 루터 킹(Dr.Martin Luther King Jr.)의 낙관적 명언 “도덕적 세계의 호(arc,弧)는 길고 길지만, 결국 정의를 향해 휜다”를 상기시킨다. 각 세대는 그들이 물려받은 세상보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는 이상적인 희망에 대한 작가의 낙관적인 태도가 작품에 분명하게 드러나는 반면, 교정과 연관된 형벌제도와 시간(미국에서는 교도소에 가는 것을 흔히 ‘시간을 보낸다’라고 표현)의 관계는 사슬과 수갑으로부터 추론할 수 있다. 작가는 이 재료의 사용을 통해 긍정과 부정의 해석이 동시에 가능하도록 하였다. 한편, 무한을 상징하는 형상을 신발끈으로 표현한 설치작업인 <Knot Endings>(2010)에서 그는 다시 한 번 시간의 개념을 다룬다. 신발끈이 상징하는 의미는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 시간의 잠재성, 집단의 행동, 그리고 사람들의 특성없는 이동성을 포함한다.
망가진 교실 칠판을 재료로 만든 <Mending Board 12>와 <Mending Board 21>(2016-2017)은 교정의 잠재력을 요약한 작업이다. 작가는 표면의 균열을 금으로 채워 강조함으로써 새롭게 고쳐진 사물을 기념하는 일본의 전통 도자기 복원 방법 중 하나인 긴쓰기(Kintsugi) 기법을 차용하였다. 그는 교육의 방식과 출처가 사람의 지식을 왜곡하거나 수정할 수 있으며, 역사 속에서 편견이나 허구가 얼마나 명백히 드러나는지, 그리고 사회가 강점과 결점을 얼마나 받아들이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실제로 망각은 역사가 되풀이되는 가장 쉬운 방법이기 때문에 우리는 현재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하여 고쳐졌다 하더라도 그 결함까지 받아들여야 한다. 작가는 인간의 본성을 최고와 최악의 예시로 보여줌과 동시에 인류가 나아가고 있는 방향에 대한 보다 정확한 이해를 이끌어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