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만머핀 서울은 미국 로스앤젤레스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 캐서린 오피(Catherine Opie)가 기획한 사진전 《나의 해안에서 당신의 해안으로 그리고 다시 그곳으로 To Your Shore From My Shore And Back Again》를 개최한다. 오피는 작가 활동 전반에 걸쳐 동시대 문화, 미술사 및 사진사 내 주요 사회·정치적 쟁점과 비판적 담론을 탐구하는 작업을 꾸준히 선보여 왔다. 작가는 다큐멘터리 사진의 객관성에 개념적 엄밀성과 숙달된 기술, 약간의 풍자적 유머를 더하는 방식으로 특유의 이미지를 완성한다. 그의 작업은 전형적인 미국적 가치와 사회 구조를 둘러싼 이상과 규범을 고찰 및 폭로함으로써 정체성과 공동체의 개념을 확장하고 지배적 서사에 가려진 이들에게 가시성을 부여한다.
한국에서 열리는 작가의 첫 개인전인 《나의 해안에서 당신의 해안으로 그리고 다시 그곳으로》는 이전에 전시된 적 없는 작품을 포함하여 총 26점의 인물 및 풍경 사진을 선보인다. 리만머핀 서울의 전시 공간 1, 2층에 걸쳐 소개되는 작품은 독립된 두 연작으로 분류되는 동시에 유기적인 관계를 이룬다. 갤러리의 1층 공간에는 작가의 대표적인 1990년대 ‘인물(Portraits)’ 연작이 전시되고, 2층 공간은 ‘당신의 해안에서 나의 해안으로(From Your Shore to My Shore)’ 연작의 바다 풍경 사진으로 둘러싸여 보는 이들에게 몰입감 있는 경험을 선사한다. 오피는 주로 연작 단위로 작업해 왔으나 작가의 기념비적 작품들로 구성된 이번 기획전은 연작의 순차성으로부터 탈피하여 보다 포괄적으로 전시를 조망하도록 유도한다. 《나의 해안에서 당신의 해안으로 그리고 다시 그곳으로》를 기획하며 오피는 자신의 아카이브를 탐구하고 서로 다른 연작 속 작품 간의 대화를 이끌어 낸다. 그리하여 지난 30여 년의 작업 활동을 관통하는 지점을 포착하고 새로운 연결점들을 제시한다.
본 전시의 ‘인물’ 연작은 <Justin Bond>(1993)와 <Vaginal Davis>(1994)를 비롯한 현재 유명해진 인사들의 새로운 이미지를 포함한다. 해당 연작은 1990년대 중반 경 작가가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게이, 레즈비언, 트랜스젠더 지인과 예술가들을 촬영한 초상사진으로, 작품 속 인물들은 16세기 초상화가 한스 홀바인(Hans Holbein the Younger)으로부터 영감을 받은 강렬한 단색조의 배경 앞에 놓인다. 빈 배경은 사진 속 개개인의 신체와 특징을 선명한 부조처럼 드러낸다. 이로 하여금 작품은 각 인물의 성격을 단번에 포착하고, 더 나아가 공동체 전체를 기록한다. 오피는 해당 연작을 자신의 “로열패밀리”를 시각화하는 작업이라고 설명한 바 있으며, 연작 속 작품은 왕실 초상화의 격식을 갖추고 있다. 예컨대 <Raelyn Gallina>(1994) 속 인물은 화려한 붉은 벨벳 천이 일부 걸쳐진 목재 팔걸이 의자에 편안하게 앉아있다. 피사체의 포즈는 자기 확신과 권위 있는 느낌을 발산하는 반면 그의 시선은 저항과 무관심 사이 어딘가를 맴돌고 있다.
일련의 인물 사진 사이로 눈에 띄는 풍경 사진인 <My Shore>(2022)와 <Our Moon>(2021)은 이번 전시의 유일한 신작으로, 1층의 초상과 2층의 바다 풍경을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13점으로 구성된 ‘당신의 해안에서 나의 해안으로’ 연작은 2층 전시 공간을 채우고 있는데, 개별 사진이 모여 마치 프레임 밖까지 연결되는 하나의 수평선을 연출한다. 해당 연작은 2009년 작가가 화물선을 타고 한국에서 캘리포니아 롱비치로 되돌아가던 열흘 간의 여정에서 매일의 일출과 일몰을 포착한 사진이다. 사진 속 하늘과 바다는 중앙의 가느다란 수평선을 기준으로 대등하게 나뉘어 있다. 어떤 장면이 한국, 미국 혹은 그 외 해역에서 촬영된 것인지 식별할 만한 배경의 부재는 풍경의 보편성, 즉 세계 어느 곳에서나 보고 접근할 수 있는 공유된 풍경을 시사한다. 이때 수평선은 1층에 전시된 인물들과 의미를 주고받으며 일종의 수평축이자 연결하는 타래로서 공동체의 범위를 당신의 해안으로부터 나의 해안으로 확장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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