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만머핀은 에르빈 부름의 신작과 기존 조각작품을 아우르는 전시 《안녕 서울! Hello Seoul!》을 개최한다. 오프닝 리셉션은 2월 20일 목요일 저녁 5시부터 7시까지로 예정되어 있다.
오스트리아 작가 에르빈 부름은 <1분 조각 One Minute Sculptures>으로 1990년대 초에 두각을 나타냈다.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이 연작은 작가가 지시를 내려 관객이 일상의 사물과 함께 기묘한 자세를 취하도록 하는 작품으로, 제57회 베니스 비엔날레 오스트리아관 선정 작가였던 부름이 당시 중심 주제로 택한 것이기도 하다. 이는 덧없는 것에 대한 탐구라는 작가 작품세계의 본질이 구현된 작품이라 할 수 있으며, 관객의 개입이 예술작품의 완성에 필수적인 주체로서 중요성을 띠는 참여적 조각이라 할 수 있다.
<비니 Beanie>에서 에르빈 부름은 친숙한 물건, 통상 ‘비니’라고 부르는 겨울용 모자를 가져다가 대단히 과장된 비율로 확대한다. <비니> 아래에 서도록 초대된 관객은 작품에 완전히 에워싸여 자신이 느끼는 감정이 보호받고 있다는 안도감인지, 공포인지, 그도 아닌 다른 것인지 곰곰이 생각해보게 된다. 작품에 의류를 활용하는 것에 관한 질문을 받았을 때 작가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옷으로 작업하기를 즐기는 이유는 사람이 그 아래로 자신의 형태를 숨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몸을 옷 아래에 숨김으로써 몸을 추상화하고 개성을 표현할 수 있습니다. <1분 조각>에서 나는 첫눈에는 인간 같아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만들어낼 수 있었습니다.” <돌 Stone> 같은 작품에서는 돌 아래로 인간의 발이 더해지는데, 육중한 덩어리가 인간의 신체를 대신하게 된다. 오렌지와 레몬이 손끝에 꽂혀 있는 잘려 나온 손 형상의 콘크리트 주조 조각 <영원한 1분(손/과일) One Minute Forever (hands/fruits)>에서는 작가 작품의 참여적 특성이 영원성을 띠게 된다. 이들 작품은 에르빈 부름의 조각 다수에 존재하는 긴장, 즉 이동 불가능한 것과 이동 가능한 것 사이의 역설과 모순을 압축해 보여준다.
이번 전시에 소개되는 또 하나의 작품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생가 Sigmund Freud's Geburtshaus>는 신작으로, 부름이 역사적 인물의 초상이라 여기는 <집들 Houses> 연작에 속한다. 정신분석의 창시자인 오스트리아 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집을 주제로 한 이 브론즈 주조 작품은 비례상 크기가 작은 지붕이 달려 있어 집이 마치 유기체인 양 부풀어오른 것처럼 보인다. 건축 양식과 형태는 역사를 조작하는 것과 그것을 조작한 사람들을 나타내는 은유로서 ‘공격’받는다.
부름의 작품세계는 사회의 초상이라고 특징지을 수 있는데, 이는 현대 문화에 대한 함축적인 비판으로서 일상의 진부함을 강조하는 것은 물론 조각의 가능성에 도전하고 그것을 확장하는 것이기도 하다. 작가는 그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나의 주요 관심사는 늘 인체에 대한 조각적 관여와 관계를 다루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리얼리즘을 분해하는 데 관심이 있고 그렇게 함으로써 내 작업은 점점 더 추상적으로 됩니다. 나는 이런 역설에 관심이 있습니다… 작가들은 그들이 작업하고 있는 바로 그 순간을 최선의 방식으로 반영하는 능력이 있고 또 우리 시대의 문제와 그에 대한 우려를 다루는 능력이 있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