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만머핀 서울은 2021년 마지막 전시로 남아프리카 공화국 요하네스버그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빌리 장게와(Billie Zangewa)의 개인전을 개최한다. 2020년 10월 리만머핀과의 첫 전시 이후 두 번째로 마련된 이번 개인전은 《흐르는 물 Running Water》과 《혈육 Flesh and Blood》이라는 전시명으로 리만머핀 런던과 서울에서 순차적으로 열린다. 손바느질한 실크 조각들을 정교하게 콜라주한 작업으로 잘 알려진 장게와는 정체성을 탐구하고 흑인 여성상을 향한 역사적 고정 관념, 대상화 및 착취에 도전하는 구상 작업을 선보여 왔다. 이번 전시는 코로나 19 팬데믹으로 고립되어 지내고, 작업하면서 새롭게 인식하게 된 가족, 노동, 일상에 대한 감사함에서 비롯된 두 개의 작업군을 소개한다. 리만머핀 서울의 《혈육》이 가족이나 친구라는 가까운 공동체에 초점을 맞춘다면, 리만머핀 런던의 《흐르는 물》은 작업을 하고 아이와 자신을 돌보는 일상의 행위를 살핀다. 두 전시명은 장게와가 프랑스 파리 지역의 라디오 방송 ‘라디오 노바(Radio Nova)’에서 들은 네빌 브라더스(Neville Brothers)의 <Sons and Daughters>(1990)라는 곡의 가사에서 영감을 받았다.
패션과 광고 업계에서 커리어를 쌓기 시작한 빌리 장게와는 집안 내부와 도시 경관, 인물화를 통해 개인적이고 보편적인 경험을 담아내는데 직물에 대한 이해를 활용한다. 그의 초기 작업은 발견된 직물에 보츠나와 지역의 야생 식물이나 동물에 대한 기억을 수놓은 것이었으나 이내 요하네스버그에 거주하는 한 여성으로서, 개인적 인간 관계와 경험에 주목하는 도시 풍경을 창조하는 것으로 전환되었다. 장게와는 아들의 출산 이후 자아 성찰과 여성성에서 모성과 가정으로 전이된 관심에 천착하여 집의 내부 경관을 작업화하기 시작한다. 그는 종종 일상에 기인한 장면이나 경험을 언급하면서 사회를 원활히 지속시키는데 일조하지만 자주 간과되고 경시되는, 혹은 무시되는, 여성에 의해 수행되는 일을 묘사하는데 관심이 있다고 밝힌다.
장게와는 리만머핀 서울에서 개최되는 《혈육》전에서 지난 2년간 자신을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격려해 준 지인들과 가족과의 관계 의미를 살핀다. 코로나 19의 확산과 뒤이은 사회적 제약으로 인해 많은 이들이 안전과 각종 규제 상의 이유로 익숙한 관계를 가까이하면서 가족의 중요성이 확대되었다. 특히 그의 아들은 작품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대상이자 이번 전시에 소개되는 콜라주 작업의 중심 주제이다. 장게와는 일련의 초상 작업에 직계 가족으로 이루어진 파편화된 가계도부터 아들의 여덟 번째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모인 가까운 친족과 친구들에 이르는 다양한 장면들을 담아 내며 그의 유전적, 그리고 선택적 가족 구성원들을 그려낸다.
나아가 리만머핀 런던에서 열리는 《흐르는 물》전은 팬더믹으로 인해 양육과 일, 일상의 반복적 행위에 일어난 변화를 시각화한 다수의 콜라주 작업을 소개한다. 이러한 작품들은 서울 전시의 주제에 근간을 둔 것으로, 정원에서 명상을 하고 테라스에서 작업을 하기도, 아들을 다독이기 위해 침대에 앉거나 매일 신발을 신고 벗는 아주 단순한 행위를 포함하며 작가의 일상 속 자칫 단조로워 보일 수 있는 측면을 살핀다. 그는 전시작 <Whatever it Takes>(2021)에서 부엌 한 켠에 놓인, 작품의 다듬어지지 않은 가장자리로 잘려 나간 부엌 찬장에 앞코가 부분적으로 가려진 운동화를 정물로 담아내어 반복적인 일상을 그려낸다. 장게와는 “10여 년 전 런던에 살 때 피카딜리 서커스에 위치한 릴리화이트 매장에서 이 아디다스 운동화를 구입한 후 줄곧 신어 왔다.”며 “일하는 날에는 항상 이 운동화를 신으며 하루를 시작하는데, 서 있는 시간이 꽤 되다 보니 발을 잘 받쳐주는 이 운동화를 신게 된다. 예전만큼 발을 잘 지탱해주지는 못하기 때문에 새로운 신발을 사야할 때가 빠르게 오고 있다. 하지만 이 운동화와 함께 한 세월이 있고 애착이 생겨, 쉽게 떠나 보내기 힘들다”고 밝힌다. 해당 작품은 작업용 운동화에 상징적으로 깃든 노동과 지지, 일상과 편안함을 표현할 뿐 아니라 일상 생활에서 빈번히 발생하는 어려움 속에서도 작업을 지속하고자 하는 작가의 엄중한 헌신을 암시한다.
《혈육》과 《흐르는 물》은 코로나 19의 세계적 유행이 초래한 특수한 시간과 급격한 변화를 이중으로 드러낸다. 두 전시는 집단적이면서도 사적인 가정 생활에 대한 두 가지 관점을 제시하며, 전시 작품들을 통해 특히 힘들고 감정에 사로잡히기 쉬운 시기 동안의 가족, 친구, 일상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장게와는 전시에 새롭게 선보이는 두 작업군에서 더욱 공고해진 관계와 달라진 상태에서 영위하는 가정 생활에 대한 솔직한 시선을 특별히 강조하며 지난 2년을 되돌아 본다. 보는 이들로 하여금 각자의 삶, 특히 습관, 관계, 그리고 일상 생활의 변화를 비춰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일련의 전시작들은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희망의 메시지이자 자신은 물론 가족, 친구, 나아가 인류 공동체에 대한 사랑을 내포한다.
이번 리만머핀 서울과 런던 전시는 빌리 장게와의 미국 첫 개인전으로 현재 미국 아프리카 디아스포라 박물관(Museum of African Diaspora Museum)에서 진행 중인 《Billie Zangewa: Thread for a Web Begun》(2021년 10월 20일 - 2022년 2월 28일, 객원 큐레이터 덱스터 윔벌리)와 비슷한 시기에 열린다. 박물관 전시는 장게와의 지난 15 년간의 작품을 비롯하여 전시를 위해 특별히 제작된 신작까지 폭넓게 소개한다. 그의 겹겹이 쌓아 올린 실크 콜라주 작업에 묘사된 대부분의 장면들이 자전적인 성격을 띠지만, 작품은 장게와라는 작가의 개인적인 여정, 그 이상의 공감대를 형성한다. 나아가 그의 노동집약적 작업 과정은 ‘여성의 일'이 가지는 역사적 함의를 환기시키지만, 변함없이 실제 경험을 현대적으로 해석하고 있다: “직물과 전통적인 여성의 취미활동으로 여겨지는 바느질로 작업하는 것은 스스로에게 힘을 실어주는 행위이다. 나는 개인적인 이야기로 가정이라는 울타리 내에 무슨 일이 어떻게 일어나는지 말하고 여성의 사생활을 보여주지만, 대개 이러한 행위는 여성에게 권장되지 않는다.” 장게와는 자신의 목소리로 고유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일종의 개인적 권한을 강화시키는 행위라고 생각하는데, 이는 역사상 일반적으로 여성, 특히 유색 인종의 여성에게는 극복해야 할 많은 장애물들이 있는 매우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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