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만머핀 서울은 5월 9일부터 6월 22일까지 알렉스 프레거(Alex Prager)의 개인전 《웨스턴 메카닉스 Western Mechanics》를 개최한다. 리만머핀에서 열리는 작가의 여덟 번째 개인전이자 서울 갤러리에서 처음으로 작가의 작품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선형적 서사 대신 서정적인 이미지 표현에 몰두한 프레거의 신작 사진을 소개한다. 문화적 레퍼런스와 역사적 알레고리로 가득한 그의 신작은 다양한 감정 및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세계로의 여러 진입점을 제공한다. 다채로운 화면은 이러한 경계 공간을 탐색하며 인간의 조건과 동시대적 경험을 조명한다. 《웨스턴 메카닉스》는 작가의 첫 장편 영화인 <드림퀼 DreamQuil> 제작과 병행하여 기획된 전시이다. 양자 모두 유사한 주제를 탐구하는데, 특히 <드림퀼>에서 작가는 기술의 발전과 자연 질서의 와해를 이야기한다. 프레거의 작품은 현재 한남동 현대카드 뮤직 라이브러리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2020년 현대카드 커미션으로 광장 외벽 및 천장에 설치된 <플레이 더 윈드 Play the Wind>(2019)는 2025년까지 대중에 공개된다. 한편 작가는 최근 로스앤젤레스 공항철도 전동차 시스템에 활용될 단편 영화를 의뢰 받았고, 2025년 상영을 앞두고 있다.
영화, 사진, 조각을 넘나들며 전방위적 작업을 수행해 온 알렉스 프레거는 조작된 기억이나 꿈처럼 느껴지는 고도로 감정적인 순간을 연출한다. 작가는 특유의 테크니컬러 화면에 전형적이거나 일상적인 사물을 병치하고, 거기에 유머와 알레고리를 더하는 독특한 방식으로 복잡하고 어두운 주제에 접근한다. 특히 그는 집단과 개인의 정체성, 기술이 사회에 가하는 영향 등 실존적 문제에 주목한다. 에드워드 호퍼(Edward Hopper), 아우구스트 잔더(August Sanders), 빌 비올라(Bill Viola) 등 인간 심리를 깊이 사유한 여러 예술가와 마찬가지로 프레거 또한 작품을 통해 평범함 속에 깃든 비범함을 드러내며 인간 경험에 대한 성찰의 장으로 보는 이를 초대한다.
《웨스턴 메카닉스》 속 작품은 문화적 원형이 되는 도상을 연극적 구성과 결합하는 방식으로 신화와 민속, 역사와 미래 간 경계를 가로지르는 감정의 서사를 직조한다. 프레거의 작업은 현상의 임계점을 모색하며 시간적 한계를 초월하는 전이와 불확실성을 탐구하는데, 이로 인해 작품 내부 혹은 사이에서 시간의 경과와 기억의 지속이 상충하며 일정한 긴장을 발생시킨다. 불협화음으로 가득한 이 세상을 통찰한 각 작품을 통해 작가는 현재 삶과 연결된 우리의 감정이 과거와 얽히는 그 순간을 예리하게 포착한다. 과거의 렌즈를 통해 현재를 살피는 그의 고유한 방법론은 미래를 향한 낙관과 동시대 담론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이러한 예술적 충동의 결과물은 과거와 현재의 충돌로 시간의 유연성을 보여주고, 동시에 인간 경험의 비선형적 본질을 강조한다.
프레거의 거대 서사는 종종 추락하는 여성이나 멈춰진 순간 등 작품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모티프를 통해 나타난다. <할리우드(데이) Hollywood (Day)>(2024)에서 한 여성이 하늘에서 떨어진다. 이는 고요함 속에 포착된 단 하나의 극적인 움직임이다. 그 특정하고도 긴박한 순간은 단편적이지만 머릿속에 오래 머무는 기억의 본질을 반영하며, 작품에 해석의 여지를 남긴다. 위와 같이 작가가 다양한 방식으로 작품에 삽입한 정서적, 심리적, 물리적 서스펜스는 작업 전반에 내재하는 예측 불가한 불안감을 고조시킨다.
한편 전시 제목과 동일한 작품 <웨스턴 메카닉스>(2024)에서는 역치성이 역사적 기억과 결합된다. 한 폭의 고전 역사화를 연상시키는 <웨스턴 메카닉스>는 테오도르 제리코(Théodore Géricault)의 회화 <메두사호의 뗏목 The Raft of the Medusa>(1818-19)이나 외젠 들라크루아(Eugene Delacroix)의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 Liberty Leading the People>(1830)과 흡사한 여러 인체가 얽힌 역동적 구도를 묘사한다. 이 같은 장면은 부동의 자세로 예술의 한 장면을 연출하는 타블로 비방(tableau vivant)의 전통과도 연결된다. 기절하거나 고함을 지르고, 키스를 나누는 각종 인물들이 혼란하지만 치밀하게 구성된 프레임 속에 산형을 이룬다. 군상 뒤에는 미국적 풍물로 변용된 말과 산, 하늘이 놓여 있다. 프레거는 성조기, 지구본, 여성 속옷 등 일상적이면서도 상징적인 사물을 구도 전반에 분산시킴으로써 친숙한 시각 언어에 극적인 장면을 주입한다. <웨스턴 메카닉스>는 삼각 구도가 부여하는 모순적인 안정감과 그에 대치되는 격동적인 감정의 혼재를 보여준다. 작가는 의도적으로 기하학적 구도 안에 뒤얽힌 인물들을 배치해 복잡한 화면 속에서 짜임새 있는 조직감을 도모했다. 이처럼 연출된 강렬하고 고요한, 동시에 낙관적인 무질서는 현시대를 살아가는 존재에 내재된 모순을 가리킨다. 역사화 및 풍속화 외에도 작가의 정교한 화면은 “진실에 따라 죽지 않기 위해 예술을 지닌다”고 말한 니체(Friedrich Nietzshe)의 관념과도 상통한다. 따라서 작품은 사회에서 우리가 마주하는 기능 장애, 통제, 희망에 대한 고조된 감각을 일깨우며 우리의 현재를 들여다보는 창이 된다.
현실과 가공 사이를 탐색하는 프레거의 신작 사진은 현대 사회를 지탱하는 근간에 대한 근원적 질문을 제기하고, 관객을 끝없는 전이 상태에 놓이게 한다. 주의 깊게 연출된 그의 작품은 우리의 전이적 현실을 진솔하게 반영하고, 이는 다시 우리에게 미래의 무한한 가능성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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