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능경 (1944년 충청남도 예산 출생, 현재 서울에서 거주 및 작업)은 비전통적 예술 매체인 신문, 사진, 행위를 혁신적으로 상호융합한 작업을 전개하며 1970년대 이후 한국 실험미술의 흐름을 주도한 대표적 개념미술가이다. 그는 1973년 전위미술 단체인 ST(Space & Time 조형미술학회)의 초기 멤버로서 화단에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ST에서 개념미술을 연구한 작가는 비물질적 정보로서 미술을 탐구하기 위해 신문을 작업의 주요 매체로 도입했고, 이를 토대로 독자적인 예술 세계를 구축했다. 성능경이 1974년 《제3회 ST전》에서 발표한 <신문: 1974.6.1 이후>는 그의 작품 세계의 근간이 되었다. 전시 기간 동안 작가는 신문 기사를 읽고 면도칼로 오려낸 뒤 오려낸 기사는 청색 아크릴 박스에 담고, 광고와 앙상한 행간만 남은 신문을 벽면 패널에 전시하는 수행적 퍼포먼스를 매일 실행했다. 이는 당시 정부 당국의 언론 검열 행위를 재연한 것이자 대중 매체를 통해 전달된 공적 메시지에 대한 개인의 사적인 해석 행위로 해석된다.
이후 성능경은 유사한 맥락의 퍼포먼스 기반 사진 및 설치 작업을 지속하며 신문뿐 아니라 잡지, 카탈로그, 지도 등의 다양한 공적 인쇄 매체로 작업을 확장한다. 작가는 신문을 오린 뒤 남은, 기존 텍스트에서 분리된 사진에 주목하여 이를 탈물질적 매체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그는 <위치>(1976), <사과>(1976), <끽연>(1976) 등 자기 지시적 특징을 지니는 사진 작업과 <현장>(1979-) 등 신문 보도 사진 자체를 촬영한 설치 작업을 선보이며 지속적으로 언론의 편집 권력, 미술비평의 권위에 도전하는 태도를 견지해왔다. 예술의 비물질성, 동어반복, 의미 체계 등을 연구한 작가에게 있어 매체 사진은 사실적 기록이 아닌 특정 의도를 내재한 사회정치적 산물이다. 이에 그는 맥락을 텍스트에서 분리하거나 무작위적으로 재편집하는 등의 방식으로 사적 해석을 첨가함으로써 공적 메시지의 발화자와 수용자 간의 일방적 관계를 역전시키고 지식 체계와 권력의 억압적 구조를 통렬하게 폭로한다. 오늘날 그는 1970년대 사진을 순수미술 영역에서 처음 다룬 작가 중 한 명으로 꼽히며, 당시 이벤트로 불리던 행위미술을 국내에 소개한 선구자로 평가된다. <S씨의 반평생>(1977) 연작을 시작으로 작가는 개인사를 소재로 한 새로운 양상의 준자전적 사진 설치 작업에 착수했고, 1980년대 후반부터 탈장르적 행위예술을 꾸준히 발표하며 오늘날까지 1백70여회 이상 수행해 오고 있다. 성능경의 퍼포먼스는 신문 읽기, 돈 세기, 스트레칭하기, 옷 갈아입기, 줄넘기·훌라후프하기, 새총으로 탁구공 발사하기, 부채질하기, 면도크림 얼굴에 바르기, 오줌 누기·마시기, 일상영어·경구 낭독하기, 즉석 카메라로 신체 촬영하기, 자위행위 등 일상에 뿌리를 두고 있다. “나는 [...] 삶을 모험하면서 아직 예술이 아닌 것을 찾아나선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이 보이는 잠복된 삶의 일상을 발각하고 그것을 예술에 편입한다. [...] 삶과 예술의 관계를 교착시키고, 약간의 혼돈을 유발하 고 싶다”는 작가의 말처럼 그는 자신의 신체와 일상적 재료를 예술 매체로 적극 활용했고, 과장, 소음, 무질서 등을 동원한 행위를 통해 권력과 언어를 유희하고, 신체 표현의 복권, 예술의 탈물질화, 일상성의 회복 및 재해석을 지향한다. 이와 같이 50년 이상 대중적이고 일상적인 삶과 사물에 주목하여 반미학적이고 제도 비판적인 실천을 수행해 온 성능경의 예술 세계는 오늘날 한국 미술계에 중요한 논제들을 던지고 있다.
성능경은 1967년 홍익대학교 서양화과에서 학사 학위를 받았다. 그의 주요 개인전으로는 서울 자하미술관의 《개념의 덩어리-성능경의 예술행각》(2023), 백아트 서울의 《아무것도 아닌 듯... 성능경의 예술 행각》(2023), 한국문화예술진흥원 미술회관(아르코미술관)의 《예술은 착란의 그림자 - 성능경》 (2001), 대구 삼덕갤러리의 《S씨의 자손들 - 망친 사진이 더 아름답다》(1991), 서울 관훈미술관의 《성능경전》(1985)이 있다. 작가는 다양한 그룹전에도 참여한 바 있는데, 대표적인 최근 그룹전으로는 서울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미국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과 로스앤젤레스 해머 미술관으로 순회하는 《한국실험미술 1960-70년대 Only the Young: Experimental Art in Korea, 1960s-1970s》(2023)를 비롯하여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의 《가면무도회》(2022), 대전시립미술관의 《신소장품 2020》(2021), 서울 국립현대미술관의 《재난과 치유》(2021), 안산 경기도미술관의 《몸 짓 말》(2021), 서울 자하미술관의 《똥이 꽃이 되는 세상》과 《뜨악!》(2020),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의 《광장: 미술과 사회 1900-2019》 (2019), 일본 도쿄 국립근대미술관과 과천 국립현대미술관, 싱가포르 내셔널 갤러리를 순회한 《세상에 눈뜨다: 아시아 미술과 사회 1960s-1990s Awakenings: Art in Society in Asia 1960s–1990s》(2018-19), 서울시립미술관의 《디지털 프롬나드》(2018), 대구미술관의 《저항과 도전의 이단아들》 (2018),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의 《역사를 몸으로 쓰다》(2017),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의 《아시아 디바: 진심을 그대에게》(2017), 영국 런던 주영한국문화원의 《Rehearsals from the Korean Avant-Garde Performance Archive》(2017), 서울 국립현대미술관의 《아주 공적인 아주 사적인: 1989년 이후, 한국현대미술과 사진》(2016), 2014 광주비엔날레의 《터전을 불태우라》(2014), 문화역서울284의 《플레이타임》(2012), 서울시립미술관의 《Mapping the Realities: SeMA 콜렉션으로 다시 보는 1970-80년대 한국미술》(2012), 경기도미술관의 《1970-80년대 한국의 역사적 개념미술: 팔방미인》(2010)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