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릴린 민터(1948년 미국 루이지애나주 슈리브포트 출생, 현재 뉴욕에서 거주 및 작업)는 사진, 회화, 영상, 설치 작업을 통해 여성 묘사에 관한 미묘한 질문을 던진다. 기술적 정교함과 완성도로 잘 알려진 그의 작품은 체모와 튼살 같은 여성의 자연스러운 신체적 특징을 강조한다. 위 요소는 대중 매체 속 여성 이미지에서 제거하고 부재해야 하는 대상이었으나, 작가는 이를 진실하고 아름다운 것으로 여겨 정제되지 않은 모습으로 작품에 여실히 드러낸다. 초기 작업에서 민터는 남성 창작자가 남성 소비자를 위해 주로 그렸던 에로티카를 탐구했고, 여성 소비자가 전유할 수 있는 새로운 유형의 에로티카를 구축함으로써 여성의 섹슈얼리티와 욕망을 회복시키고자 했다. 그의 파격적인 행보는 이러한 착취적 이미지를 되찾을 수 있는지에 의문을 제기한 페미니스트 운동가들의 비난을 받기도 했다. 그럼에도 작가는 여성권과 생식권을 위해 목소리를 높였고, 여성이 스스로의 섹슈얼리티와 성적 욕구를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며 여성 신체의 복권과 과거 여성을 대상화한 남성의 관음적 시선을 전복시키는 데 앞장섰다.
과거 시각문화에서 여성을 형상화한 방식에 대한 도전 외에도 민터의 작업은 다양한 매체에 능한 작가의 노련미를 보여준다. 사진과 회화를 모두 전공한 작가는 인물을 포착한 일련의 사진을 더 큰 규모의 회화로 옮겨내는 독특한 작업체계를 확립했다. 그의 회화는 사진을 복제하지만 초점 원리 같은 사진의 문법을 회화 안으로 끌어들임으로써 그 형식을 미묘하게 변경한다. 예컨대 작가는 반투명한 에나멜 페인트를 수천여 번 덧바르는 기법을 통해 김이나 서리 같은 장치의 농도를 더하고, 이미지의 시점을 이동시킨다. 또한 민터는 회화적 접근법을 역으로 사진에 적용하기도 한다. 그는 피사체와 카메라 사이에 유리판을 배치해 화면을 흐리게 하는 물리적 장막을 형성하며 능숙하게 추상의 요소를 이미지에 도입한다. 진보적 가치에 대한 확고한 신념과 오랜 시간 디테일에 주의를 기울이며 엄격하게 수행해 온 작업 방식을 통해 민터는 현재까지도 여성 신체를 둘러싼 통렬한 현실을 폭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마릴린 민터는 1970년 미국 플로리다대학교에서 학사, 1972년 시러큐스대학교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그는 2015년부터 2017년까지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 현대미술관에서 시작하여 콜로라도주 덴버 현대미술관, 뉴욕주 브루클린 미술관으로 순회한 회고전 《Marilyn Minter: Pretty/Dirty》로 학문적인 인정과 호평을 받았다. 작가의 주요 개인전은 리만머핀 서울(2024), 베이징(2021), 홍콩(2018)을 비롯하여 프랑스 몽펠리에 현대예술센터(2021), 미국 코네티컷주 웨스트포트 현대미술관(2021), 버지니아 공과대학교 모스아트센터(2020), 조지아주 사바나 SCAD 미술관(2020), 캘리포니아주 뉴포트 비치의 오렌지 카운티 미술관(2016), 독일 함부르크 다이히토어할렌(2011),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현대미술관(2010),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 현대미술관(2010), 뉴욕 현대미술관(2010), 오하이오주 신시내티 현대미술관(2009) 등에서 개최되었다.
그의 작품은 다수의 그룹전에도 소개되었다. 대표 전시로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맥에보이 미술재단의 《Color Code》(2022), 텍사스주 포트워스 현대미술관의 《Women Painting Women》(2022), 캘리포니아주 버클리 미술관 퍼시픽 필름 아카이브의 《New Time: Art and Feminisms in the 21st Century》(2021), 독일 볼프스부르크 미술관의 《On everyone’s lips. The oral cavity in art culture》(2020), 덴마크 코펜하겐 컨템포러리의 《In Focus》(2020),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미술관의 《Read My Lips》(2019), 텍사스주 샌안토니오 루비 시티의 《Jewels in the Concrete》(2019), 뉴욕주 새러토가 스프링스 소재 스키드모어칼리지 프랜시스 영 탕 뮤지엄의 《Like Sugar》(2019), 덴마크 훔레벡 루이지애나 현대미술관의 《COLOUR FORM TEXTURE》(2018),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의 《Open Ended: Painting and Sculpture Since 1900》(2018), 클리블랜드 현대미술관의 《Wall to Wall: Carpets by Artists》(2016),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루벨 미술관에서 워싱턴 D.C. 국립여성미술관으로 순회한 《No Man’s Land: Women Artists from the Rubell Family Collection》(2015-2017), 브루클린 미술관의 《Killer Heels: The Art of the High Heeled Shoe》(2014), 스위스 취리히 미술관에서 스페인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으로 순회한 《Riotous Baroque》(2012-2013), 루이지애나 현대미술관의 《Pink Caviar》(2012), 메릴랜드주 볼티모어 미술관의 《Collection in Context: Lynda Benglis, John Chamberlain, Andy Warhol, and Marilyn Minter》(2010) 등이 있다.
민터의 작품은 전 세계 유수의 공공 및 사립 기관에 소장되어 있다. 대표적인 기관으로는 미국 뉴욕 현대미술관, 솔로몬 R. 구겐하임 미술관, 휘트니 미술관, 브루클린 미술관, 시러큐스대학교, 시러큐스 에버슨 미술관, 뉴욕 체이스 맨해튼 은행, 도이치 은행, 누버거 베르만, 콜로라도주 아스펜 미술관, 덴버 미술관, 위스콘신주 밀워키 미술관,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MIT 리스트 시각예술센터, 보스턴 미술관,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현대미술관, 샌디에이고 현대미술관,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 오렌지 카운티 미술관, 플로리다주 게인즈빌 한 미술관, 마이애미 페레즈 미술관, 텍사스주 오스틴 블랜튼 미술관, 볼티모어 미술관, 영국 런던 테이트 모던, 프랑스 클로딘 에 장마르크 살로몬 컬렉션, 파리 유럽 사진 미술관, 스위스 취리히 미술관, 덴마크 루이지애나 미술관, 스웨덴 스톡홀름 현대미술관 등이 있다. 작가는 여러 상과 펠로우십을 수상한 바 있는데, 그 중에는 2020년 사바나 예술대학 디파인 아트상, 2016년 미국 가족계획연맹 용감한 여성상, 2006년 루이 컴포트 티파니 장학상, 1998년 구겐하임 펠로우십, 1992년 뉴욕 미술재단 시각예술장학상, 1989년 국립예술기금 펠로우십, 1988년 뉴욕 미술재단 예술가 장학상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