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렌 파시지안(1934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패서디나 출생, 패서디나 거주 및 작업)은 1960년대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미니멀리즘의 하위 예술 운동으로 발전한 빛과 공간 운동(Light and Space movement)의 선구자이다. 작가는 수십 년간 내부에 독특한 형태가 부유하는 밝은 색채의 기둥, 원반, 구형 조각 연작을 제작하며 대기 및 천상의 요소가 지닌 미학과 인식의 관계를 탐구해왔다. 에폭시, 플라스틱, 레진 등의 산업 재료를 혁신적으로 응용한 파시지안의 작품은 반투명한 표면이 빛을 여과하는 동시에 머금은 것처럼 보이는 점이 특징이다. 작가는 작품을 한 번에 모든 것을 드러내지 않는 공간 속 ‘실재(presence)’로 여긴다. 변화를 관찰하기 위해 관람자는 조각 주위를 맴돌며 지속적인 움직임을 만들어야 한다. 구형 조각에 빛이 스며들면 빛과 반사면, 내부에 주조된 형태 간 상호 작용으로 왜곡, 환영, 굴절, 프리즘이 발생한다. 그 결과 조각들은 가까이 다가오는 동시에 물러나고, 나타났다 사라지며, 접근했다가 다시 멀어지는듯 보인다. 과거 17세기 네덜란드 미술사 연구자였던 작가는 빛의 화가로 불리는 요하네스 베르메르(Johannes Vermeer)에 깊은 경외심을 가졌고, 그것이 오랫동안 빛의 효과와 인식에 천착해 온 작업의 근간이 되었다. 그는 빛을 작업의 대상이자 주제로 삼은 동시에 비전통적 재료를 과감하게 실험했다. 작가에게 있어 빛은 단순히 은유, 상징, 알레고리에 그치지 않고, 그 자체로서 재료이자 메시지가 된다.
헬렌 파시지안은 1956년 캘리포니아주 클레어몬트 포모나 대학교에서 학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작가는 1956년부터 1957년까지 뉴욕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수학한 뒤 1958년 메사추세츠주 보스턴 대학교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파시지안의 주요 개인전은 리만머핀 팜비치(2022)와 뉴욕(2021), 서울 및 홍콩(2019)을 비롯하여 미국 뉴멕시코주 산타페의 SITE 산타페(2021), 캘리포니아주 클레어몬트 포모나 대학교 벤턴미술관(2021), 스위스 생모리츠의 비토 슈나벨 프로젝트(2019),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미술관(2014), 클레어몬트 포모나 대학교 미술관(2010), 캘리포니아주 팜스프링스 미술관(2007) 등에서 개최되었다.
그의 작품은 다수의 그룹전에도 소개되었다. 대표 전시로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국제공항에서 진행된 《Luminaries of Light and Space》(2022), 캘리포니아주 어바인 UCI 캘리포니아 미술관의 《Dissolve》(2022), 매사추세츠주 앤도버 소재 필립스 아타데미 애디슨 미술관(2021)과 테네시주 내슈빌 소재 프리스트 미술관(2022), 덴마크 코펜하겐 컨템포러리(2021)에서 진행된 《Light, Space, Surface: Works from the Los Angeles County Museum of Art》,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한국문화원의 《Beyond the Light of East & West》(2021), 아칸소주 벤턴빌 크리스탈 브릿지 미국 미술관의 《Crystals in Art: Ancient to Today》(2019), 홍콩 펄램의 《Radiant Light and Expanded Space》(2019), 영국 런던 헤이워드 갤러리의 《Space Shifters》(2018), 아이다호주 케첨 소재 오치 갤러리와 에밀리 프리드먼 파인아트의 《Water & Light》(2018),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마나 윈우드의 《Made in California》(2015), 팜스트링스 미술관의 《California Dreamin’: Thirty Years of Collecting》(2014), 캘리포니아주 패서디나 노턴 사이먼 미술관의 《Beyond Brancusi: The Space of Sculpture》(2013),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J. 폴 게티 미술관(2011)에서 샌디에이고 현대미술관(2011)과 독일 베를린 마틴그로피우스바우로 순회한 《Pacific Standard Time: Crosscurrents in L.A. Painting and Sculpture, 1950-1970》, 패서디나 노턴 사이먼 미술관의 《Translucence: Southern California Art》(2006), 클레어몬트 포모나 대학교 미술관의 《The Senses: Selections from the Permanent Collection》(2006) 등이 있다.
파시지안 작품은 전세계 유수의 공공 및 사립 기관에 소장되어 있다. 대표적인 소장처로는 미국 뉴욕주 이타카 코넬대학교 앤드류 딕슨 화이트 박물관, 캘리포니아주 라구나 비치 미술관,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미술관, 샌디에이고 현대미술관, 패서디나 노턴 사이먼 미술관, 뉴포트비치 오렌지 카운티 미술관, 팜스프링스 미술관, 클레어몬트 포모나 대학교 미술관,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 산타바바라 미술관, 어바인 UCI 캘리포니아 미술관, 오리건주 포틀랜드 미술관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