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즈 서울
부스 C17
스타필드 코엑스몰
서울시 강남구 영동대로 513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한국 미술 시장의 선두 주자로서 리만머핀은 프리즈 서울의 첫 걸음에 동참하며, 리만머핀 서울 및 협력 기관들의 국내 활동과 갤러리의 글로벌 프로그램을 연결하는 여러 신작과 역사적 작업을 선보인다. 부스 C17에서는 같은 기간 리만머핀 서울에서 개인전을 여는 맥아서 비니언(McArthur Binion)의 대형 신작과 저명한 한국 작가 서도호와 이불의 신작을 선보이며, 증강현실(AR)로 감상할 수 있는 어윈 웜(Erwin Wurm)의 신작을 CollectAR 플랫폼을 통해 소개한다. 그 외 주목할 작가들로는 하이디 뷔쉐(Heidi Bucher), 나리 워드(Nari Ward), 테레시타 페르난데스(Teresita Fernández) 등이 있다.
리만머핀은 각 작가의 작업세계에서 나타나는 물리적 재료와 개념적 긴장감에서 참고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모아 종합하는 방식으로 전시를 구성한다. 각 작가는 자연적이고 인위적인, 보편적이고 개인적인, 공적이고 사적인, 알려진 동시에 가려진, 과거와 현재 등과 같이 상반되는 것으로 여겨지는 두 영역 사이의 힘들을 탐구하고 또 통합한다. 이로써 작품은 그 경계선상의 공간에서 발생하는 건전한 마찰을 포용하며 미묘한 차이를 드러내고, 보는 이들에게 작품에 대한 새로운 해석의 가능성을 열어준다.
이번 리만머핀 프리즈 부스의 핵심 작업 중에는 맥아서 비니언의 회화가 있다. 그중 신작으로는 비니언의 <DNA> 연작 중 한 점이 소개되며, 한남동에 위치한 리만머핀 서울에서 개최되는 작가의 개인전 《DNA:Study/(Visual:Ear)》에서도 그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프리즈에 선보이는 <Circuit Landscape: No. IV>(1973) 또한 과거 작가의 개인적·예술적 정체성을 현재의 순간과 연결하는 작품으로, 그 역사적 의미가 있다. 한국에서 열리는 작가의 두 번째 개인전을 기념하며, 리만머핀 서울과 프리즈에 함께 선보이는 그의 작품들은 추상이라는 개념을 혁신적인 방식으로 탐구하며 정체성을 은폐하는 동시에 드러내는 능력을 지닌 작가 특유의 행보를 이어 나간다.
리만머핀은 한국과 한국인 작가들과의 오랜 관계를 잘 보여주는 갤러리의 전속 작가인 이불과 서도호의 신작을 선보인다. 서도호의 <Hub-1, Kitchen Lobby, 185 Comptons Lane, Horsham, United Kingdom>(2020)은 작가가 처갓집의 주방 공간을 실제와 같은 규모로 재구성한 것이다. 현관, 모퉁이, 복도와 같은 이행적 공간을 재구성한 작가의 <Hub> 연작은 집, 추억, 주변성이라는 개념과 물리적 공간과 정신적 공간 간의 상관관계를 탐구한다. 여기서 사용된 경량의 반투명한 천은 한국 전통 건축물의 다공성과 공간의 이동성에 대한 작가의 관념을 반영한다.
부스에 설치된 이불의 <Perdu> 연작은 자개와 여러 층위의 아크릴 물감 등 유기적·비유기적 재료들로 구성된 조각적 회화로, 자연미와 인위적인 것 사이의 긴장을 불러일으킨다. 해당 연작에서는 파편적인 동시에 형체를 갖춘 어떤 조형의 공상적인 환영이 여러 높이로 매달려 있다. 이러한 모습은 여러가지 디테일의 변주를 보여주며 친밀함과 낯선 감정을 동시에 자아낸다. 이불의 <Perdu>와 마찬가지로 서도호의 <Scaled Behavior> 연작 역시 낯익은 두려움, 즉 언캐니(uncanny)의 개념을 탐구하고 촉각의 정치학에 관한 작가의 관심을 확장시킨다. 로봇 공학과 3D 프린팅을 포함한 복잡한 공정을 거쳐 완성한 <ScaledBehaviour_runOn(doorknob_6.22.1)>(2022)는 건축 모델링 소프트웨어의 스크립트(script)를 통해 작성된 자동화된 드로잉을 기반으로 제작한 작품이다. 그 결과 작품은 가상과 실체 사이의 경계를 와해시키고, 그것의 디지털적 근원과 아날로그적 생산 방식 모두를 의식하고 있는 미로 같은 형태로 나타난다. 또한 작품은 통제와 저자성에 대한 질문을 제기하며 ‘창작자의 손'을 둘러싼 전통적 관념을 재고해보도록 만든다.
집과 소속감에 관한 유사한 개념을 탐구하는 다른 작품으로는 하이디 뷔쉐의 <Der Schrank>(ca. 1979)가 있다. 해당 작품은 라텍스와 면, 진주색 안료를 이용한 주조물이다. 뷔쉐는 독창적인 방식으로 라텍스를 사용하여 건물 전체를 포함한 건축적 요소를 대규모로 주조하는 작업으로 잘 알려져 있다. 작가는 이러한 조형 방식을 "박피(skinnings)" 또는 "탈피(moultings)"라고 정의하며 그가 포착한 공간을 마치 동물 또는 생물학적 특질의 포획에 비유하여 표현한다. <Der Schrank>에서 뷔쉐는 동물의 가죽과 같은 재료로 집을 지으며 신체와 환경의 경계를 흐린다. 지금 현재 작가의 순회 회고전인 《Metamorphosis II》가 스위스의 주슈 미술관에서 개최되고 있으며, 전시는 12월 4일까지 진행된다.
어윈 웜의 신작 <Ghost>는 신체 및 매체를 분석한 뷔쉐의 작업 맥락과 연결되는 작품으로, 리만머핀의 새로운 플랫폼인 CollectAR을 통해 증강현실 환경에서 확인할 수 있다. 관람객은 부스 내에 설치된 QR 코드를 이용하여 작품을 작동시킬 수 있으며, 리만머핀을 비롯한 서울의 다양한 장소에서 증강현실로 이 NFT 작업을 감상할 수 있다. 또한 부스에서는 내년 봄 리만머핀 서울에서 개최하는 어윈 윔의 개인전에 앞서 작가의 대리석 신작 두 점을 선보인다. <Doubt (Icons)>(2021)와 <Sublime (Icons)>(2021)는 개념적이면서도 재치있는 방식으로 우스꽝스러움과 일상적인 것 사이의 긴장감을 탐구한다.
리만머핀 런던에서 진행되는 테레시타 페르난데스의 개인전에 발맞춰, 프리즈 서울에서는 자아 성찰과 개념적인 정체성 탐색에 몰두하며 자신의 예술적 실천 과정을 보여온 테레시타 페르난데스의 작품을 소개한다. 그의 몰입형 작품들은 작가가 다양한 역사적, 문화적 자료를 참고하고 또 풍경 및 장소에 대해 재고함으로써 얻은 영감의 결과물이다. 종종 자연 세계에서 영감을 얻는 페르난데스의 작업은 물질, 장소 및 인간 사이의 친밀감을 펼쳐낸다. 부스에서 확인할 수 있는 작품 <Untitled (Anthem)>(2008)은 유기적 형태를 연상시키는 세심한 작업으로 풍경과 자연계에 대한 인간의 개입 등을 둘러싼 오랜 관념들에 도전한다.
지난 봄 리만머핀 뉴욕에서 열린 나리 워드의 개인전에 이어 많은 이들의 찬사를 받은 <Breathing Panels> 연작의 신작 또한 부스에서 만나볼 수 있다. 해당 연작의 작업은 구리로 만들어졌으며, 작가는 어두운 녹청색 파티나(patina)를 구두 밑창에 칠하여 작품의 표면에 그만의 수행적인 제스처를 남긴다. <Breathing Mosaic Dream-Air>(2022)에서 워드는 각 패널에 기하학적 패턴으로 구멍을 내는데, 이는 콩고 전통의 우주론적 기호를 참고한 것이며 그중 탄생, 죽음, 재생의 순환 주기를 의미하는 고대의 주술적 상징을 사용하고 있다.
리만머핀은 한국에 상설 전시 공간을 개관한 최초의 해외 갤러리 중 하나로 2017년 서울 안국동에 처음 문을 열고, 이후 2022년 한남동으로 확장 이전하였다. 2013년 홍콩에 갤러리의 아시아 분점을 최초로 연 다음 한국으로 갤러리를 확장하며 선구적 갤러리로서의 명성을 공고히 하고 있다.